오늘은 살림살이에 대한 경험을 써 보고자 한다.
2000년 6월말부터 9월달까지 100여일 간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 없이 살게되었다.
10월 3일에 아내와 만났으니 독수공방을 벗어 날 것이란 기대를 했으나 아내가 너무나 수고한 까닭에
10월 한달 간은 내가 직접 살림을 맡을테니 공주처럼 지내라고 말했다.
2000년 6월 하순에 필리핀 선교사로 출발했다. 아내는에게 국내 목회하던 것에 대한 뒷처리를 부탁하고 필리핀 바기오로 갔다. 그리고 10월 3일에 필리핀에 왔으니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겠는가?
미안함 마음에 한달간 더 내가 살림을 할테니 쉬라고 한 것이다.
130여일 정도의 시간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여성의 삶이 어떤지를 직접적으로 체험해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살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내 시간표를 보자!
오전 5시 기상하여 간단한 묵상을 하고,
5시 30분에는 조반을 준비하고
6시에 아이들 깨우고
6시 30분에 식사하고
7시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10시까지 설겆이, 집안 청소, 빨래 등
10시에는 시장 바구니 들고 바기오 재래시장을 한바퀴 돌아 시장을 본다.
늦어도 11시 30분에는 집에 도착해야 한다.
아이가 12시에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오기 때문이다.
학교가 가깝다 보니 도시락을 싸 주지 않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
허겁지겁 점심을 준비하여 같이 먹으면,
12시 40분에 아이가 다시 학교로...
1시까지 설겆이 끝.
잠시 독서를 하고 3시가 되면 어김없이 또 시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5시부터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 6시 30분쯤 식사를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연구하고 또 연구하여 저녁을 준비한다.
7시 30분이 되면 식사 완료및 설겆이가 끝난다.
이 때부터 저녁 취침 전까지가 이제 자유로운 내 시간이 된다.
선교사들을 만나는 시간,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 이웃집도 돌아 보는 시간이 이때이다.
약 한달 정도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시장을 둘러보았다. 저녁은 무얼 먹지? 내일 아침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시장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났다.
그래서 가정 식탁도 차림표를 짜면 어떨까?를 생각했고, 2주간의 식탁표를 만들었다.
그 다음은 돌려가면 된다. 반드시 1식 3찬.
오전에는 반드시 국을 만들고, 저녁에는 특별요리를 만든다.
소고기(참치) 미역국, 소고기 무국, 콩나물국, 시금치국, 두부북어국, 배추국
김치찌게, 닭고기 철판요리, 새우철판요리, 돼지고기 또는 소고기 철판요리, 된장찌게, 오징어 철판요리,
돼지 불고기, 닭도리탕, 삼겹살구이, 외식(매금요일저녁)
배추김치 - 깍두기 - 생채무침 - 오이소배기 - 오이무침 - 가지부침 - 파전 - 밑반찬류
후식 : 갖가지 과일, 아이스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