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여성문제의 기원
여성학은 여성들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다. 남성들이 중심된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들만이 갖는 문제들이 대두되었고, 그것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여성학이다. 남성이나 여성은 서로 평등하며 억압받지 않고 서로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여성학의 출발점이다.
남성에게 억압을 받으며 살아왔던 여성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바로 회복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도대체 언제부터, 그리고 어떤 경로를 거쳐 그러한 문제들이 대두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모든 여성학이 다루어야 할 많은 과제 중 선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여성 문제의 기원에 대한 추적을 먼저 살펴보려고 한다. 여성 억압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이해는 여성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과 직결되기 때문에 억압의 기원은 여성 문제에 대한 이론의 핵심이고 여성 문제에 관한 모든 이론의 출발이 된다 (여성학 강의, p. 13.).
1. 여성 문제의 발생(일반 여성학의 관점에서 본)
일반적인 여성학 연구는 여성 문제의 발생에 대해서 하나의 원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것은 곧 경제력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들은 인류 최초의 원시 사회는 평등한 남녀의 관계였다고 설명한다. 즉 생산력의 수준이 낮은 시대에는 생물학적인 조건에 의해 이동이 비교적 적은 여성들의 채집 노동력이, 이동이 많은 남성들의 동물 대상의 사냥과 같은 노동력보다 훨씬 경제적이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물들을 사냥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실패하고 돌아 올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너무 적은 사냥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꾸준한 가정 경제를 이루는 것은 역시 여성들의 노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보여 진다. 실제로 그러한 사실을 연구한 케더린 고프(Kathleen Gough)의 보고서에서는 식량의 60-80%에 다하는 수렵 채집은 여성의 일이며, 이 역할은 초기 인류 사회 문화 발달에 남성의 역할보다 더 중요한 기능을 했을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Kathleen Gough, "The Origin og the Family", Toward an Anthropology of Woman, 1975, pp. 63-64.).
원시 사회의 결혼 형태는 집단혼이었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아이의 생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자녀들은 모계 혈통을 따랐다고 한다. 출생한 자녀 역시 개인의 자녀로서 양육되어진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집단적으로 양육했고, 공동의 어머니, 공동의 자녀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자녀는 그 어떤 것보다도 확실한 노동의 도구였다. 노동력을 가진 인간을 낳고 기르는 능력과 역할을 여성들이 담당했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여성들은 농경과 관련하여 점점 더 그 힘을 발휘하게 되었는데 농경과 관련된 여러 제사 의식에서 제사장의 역할을 감당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조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우두머리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때까지 남성과 여성은 평등한 관계였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스스로의 모순을 가진다. 즉 모계 사회에서 남녀의 관계는 차별을 동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성별 분업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평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여성학 강의 p.15.). 그러나 이것은 여성학자들의 논리적 모순을 스스로 말하고 있다. 주로 여성들이 채집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고, 제사장이나 우두머리의 역할을 여성들이 했다는 것은 평등이 아니라 사실상은 남성이 여성의 억압을 받을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결코 평등의 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
어찌되었든지 간에 모계 중심의 사회에서 점차 노동의 도구 발전, 즉 금속 도구의 개발은 남성들로 하여금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목축의 발달은 비약적인 생산의 증가를 가져왔고, 따라서 남성들의 역할은 과거보다 더 한층 중요하게 되었다. 여성들의 노동 생산보다 남성들의 노동 생산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자, 남성들의 지위가 점차 확대되었다고 한다. 즉 협동 노동에서 개별 노동으로 의 변화가 여성들의 문제를 싹틔웠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곧 경제 활동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밀려나면서부터 여성들은 점차적으로 경제적 역할의 중요성과 사회적 독립성을 빠른 속도로 상실해 갔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는 남성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않되게 되었고 심리적으로 예속되어 가고 있었다고 본다. 모계 사회는 부계 사회로 이양되고 있었으며 여성들의 담당이었던 공동체 수장의 직도 완전히 남성들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일반적인 여성학을 연구하는 자들은 이러한 경제적인 경로를 통해서 여성들이 갖고 있던 지위를 박탈 당하고 결국에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으며 억압과 착취를 받는 불행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본다(여성학 강의 p. 19.).
이러한 논리는 사실상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경제 원리에 따른 진화론적 발상일 뿐이다. 점진적인 사회의 발전과 함께 쇠퇴해 가는 여성들, 즉 갈고 닦은 부분은 점점 진화를 했고, 사용하지 않는 부분들은 점점 쇠퇴했다는 진화론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과연 이 사회는 이렇게 진화론적인 과정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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